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행보가 가관이다. 최근 20·30세대 청년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김은경은 22살 된 자기 아들이 중학생 때 던진 질문을 소개했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들 미래를 결정하느냐, 평균 연령을 기준으로 남은 나이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자’는 얘기였다고 한다.

김은경은 자기 아들의 발언에 대해 "되게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지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자기 아들의 ‘중2병’ 발언에 깊이 공감했다는 김은경의 지적 수준도 한심하거니와, 이런 자를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고 수준 이하의 발언을 변명하느라 안간힘을 쓰는 민주당의 수준이 처참하다.

투표권을 차등 부여한다면 사실 노인들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 노인 세대는 이 나라의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달성한 주역들이다. 이들이 달성한 업적을 보면 이들의 판단력과 추진력, 용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검증된 역량을 가진 세대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은경의 발언을 보면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대한 거부감이 잔뜩 묻어난다. ‘표의 등가성’ 원칙을 짓밟고 자기들이 정한 기준에 맞춰 표를 배분하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평등선거 보통선거 비밀선거 직접선거 등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을 부정하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뿐이다. 김은경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혁신이 바로 저런 체제로 이 나라를 바꾸려 하는 것 아닌가.

김은경 발언의 진짜 문제는 노인 비하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을 거부하는 민주당의 고질이 표면화했을 뿐이다.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했던, "60·70대가 미래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발언의 연장선인 것이다. 이 정당을 완전히 심판하지 않으면 이 고질병을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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