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토건 세력의 이권 카르텔이다. 산업화 시대부터 ‘건설 한탕주의’는 신화였다. 정치권력을 뒷배로 하고 이른바 ‘수의계약’으로 대형 건설 사업 한 건만 따내면 노후 보장은 물론 가족과 일가친척 평생 먹거리를 해결했다. ‘건설 한탕주의’는 지금도 여전하다. 토건 카르텔이 동원하는 수법이 더 교묘해졌고 부실이 더 심해졌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조사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실을 보고받고, ‘건설 이권 카르텔’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핵심을 정확하게 봤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역시 정확한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량판 공법’도 부실설계·부실시공·부실감리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상적 원인’일 뿐이다. 본질은 건설 단가를 낮추려고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면서 잔머리 굴려서 쉽게 돈 벌려는 이권 카르텔이 근본 원인이다. 먼저 이들부터 때려잡아야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보편화된 무량판 시공도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 보면, 책임설계·책임시공·책임감리를 회피하고 이권에만 눈독 들인 민노총 건설노조가 배후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건설 한탕주의’ 뒷배에는 언제나 청와대·행정부, 국회 상임위의 국토·환경노동·산업자원 관련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있어 왔다. 이는 일종의 ‘불변의 공식’ 비슷하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업자 출신’이었고 건설 단가 내막을 너무나 ‘빠삭하게’ 알고 있어서, 이권 카르텔이 맥을 못추었을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내막을 알 리 없으니 민노총과 정치권력이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카르텔이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 근본적으로 ‘건설 한탕주의’ 사회적 풍조를 끊어내야 한다. 건설 사업자들로 하여금 밑에서부터 실적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차츰차츰 돈을 벌어가는 방식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방에 떼돈 벌려는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대통령실·행정부·감사원 등이 엄정한 기강을 세워야 한다. 법을 어긴 경우는 가차 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다. 이번이 그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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