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는 모양이다. 지난 7월 1일자로 시행된 중국의 개정 반(反)간첩법은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악법이다. 중국이 반간첩법을 개정하면서 북한당국과 물밑에서 밀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탈북자들을 무조건 간첩혐의로 체포한다는 소문이 돌면 북한주민이 탈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기독교인들이 탈북자를 돕기도 어렵다.

최근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들의 중국 입국 비자를 교묘한 방식으로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비자 발급을 위해 출생 장소가 기록된 기본증명서 등 탈북민 개인 정보가 상세히 노출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여행사를 통해 요구하는 서류는 신청서와 여권·주민등록증·예방접종확인서 외에도 기본증명서(상세)·가족관계증명서(상세)·혼인관계증명서(상세)·여권발급기록(영문) 등이다. 상세 내역이 기재된 기본증명서에는 등록기준지와 출생 장소가 포함돼 있어서 탈북민 신분이 바로 드러나게 된다. 이를 확인한 여행사 측은 "탈북자는 비자를 내주지 말라는 중국 대사관의 지침이 있었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중국에 가는 한국 국적 탈북민 수가 급증하자 중국당국은 ‘125’, ‘225’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로 탈북민을 식별해 입국을 거부했다. 125, 225는 경기도 안성 하나원 소재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번호다. 탈북민 신분이 쉽게 드러난다. 이에 따라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탈북민 주민등록번호를 하나원 기준이 아닌 거주지 기준으로 변경해 탈북민 식별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제부터 기본증명서 등을 통해 탈북민을 가려내려는 것이다.

중국이 기본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것은 탈북민들은 아예 중국에 오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탈북민들은 중국 내 가족 면회, 브로커를 통한 재북 가족 송금 등 중국에 갈 일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는 반간첩법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중국 반간첩법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정부 당국과 북한인권단체들이 상호 협력해 현실에 맞는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