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이 최근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충칭시의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연합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이 최근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 충칭시의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연합

중국에는 56789 경제라는 말이 있다. 민간기업이 전체 세수의 50%, 국내총생산(GDP)의 60%, 혁신기술의 70%, 도시 고용의 80%, 그리고 기업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56789 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국영기업의 고정자산 투자는 8.1% 증가한 반면 민간기업은 오히려 0.2%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영기업을 우대하고 민간기업은 홀대하는 국진민퇴 정책의 일면인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기업관인 새장 경제(鳥籠經濟)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새장 경제는 새를 새장에 가둬 키우듯 민간기업은 국가가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개혁·개방은 이 같은 새장을 넓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시대에는 달라졌다.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앞세워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그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1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총수 마윈(馬云)은 "중국 금융에는 아예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 금융의 취약성을 비판했다가 혹독한 보복을 당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던 마윈의 앤트그룹 상장은 무산됐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표면화된 것도 그때부터다. 정보기술(IT) 기업 위축으로 좋은 일자리는 사라졌고, 청년실업률은 치솟았다.

실제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최근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16.7%였던 청년실업률은 올들어 지난 4월 20.4%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이 20%를 돌파한 것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월에는 20.8%, 6월에는 21.3%로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 인해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탕핑족,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을 뜻하는 바이란족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모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청년들의 자조적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4불(不)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4불 청년이란 생존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현상을 말하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크 차이나론은 인구 감소, 부채 누적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치면서 향후 10년 이상 3%대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 체제의 각박한 새장 경제가 피크 차이나론을 낳고, 이로 인해 치솟은 청년실업률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악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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