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식
엄효식

화성17형·화성18형·KN23· KN24·KN25·화산-31·화살·샛별4호·샛별9호·만리경·천리마·해일… 현재까지 북한이 개발하거나 시험발사를 했던 다양한 신무기체계들의 명칭이다.

새로운 명칭들에 대해 익숙함과 호기심이 있지만, 각 무기체계의 작전 운용과 파괴력, 대량 인명피해 위험성 등은 훨씬 심각해 보인다. 기술적인 완성 여부 또는 구체적인 성능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측을 뛰어넘는 도발적 무기체계들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특히 ‘샛별’로 불리는 20~30m 크기의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의 등장은 지난해 2m 내외의 소형 무인기 도발에 집중했던 우리의 관심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지상에서 발사된 RPG 대전차 로켓을 요격하는 전차의 능동방호체계(APS·Active Protection System), 김정은이 직접 조종했다는 차륜형 다용도전투장갑차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됐다.

김정은은 지난 2021년 1월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연구 중인 무기, 설계 중인 무기, 시험 중인 무기, 생산 직전인 무기 등 각 무기 체계 개발 사업의 종류와 진행 상태를 상세하게 직접 나열했다. 특히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을 제시했는데, 극초음속 무기 개발·초대형 핵탄두 생산·1만5000㎞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이다.

북한은 불과 2년 반 만에 목표로 제시했던 계획 대부분을 현실화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고 "전쟁억제력 사명 수행의 위력(강력)한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확대 보유하고 (이를) 부대들에 기동적으로 실전 배비(배치)하는 사업을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회의에서 서울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부근을 가리키며 공세적 전쟁 준비를 강조하고 군사적 위협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군은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분명하다. 한미동맹의 막강한 첨단 군사력을 기반으로, 북한의 예고 없는 도발을 감시하고 예측해야 한다. 유사시 군사적 도발을 자행할 경우 격퇴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는 것이다.

한미 양국군은 21일부터 31일까지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를 실시한다. UFS 기간 중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 등을 고려해 30여 개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습에는 육해공군, 해병대뿐 아니라 주한 및 미 우주군도 참가한다. 또한 호주·캐나다·프랑스·영국·그리스·이탈리아·뉴질랜드·필리핀·태국 등 10개 유엔사 구성국도 함께 한다.

한미 연합연습의 전략과 개념이 변화하고 구체적인 참가전력이 달라진 것은, 우리가 그만큼 북한의 군사력 변화와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항상 우리의 관념과 예상을 뛰어넘었다. 과거의 분석과 경험에 머물러 있다보면 언젠가 또다시 기습적으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북한의 무기체계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도발의 양상이 그만큼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한미일 정상들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대응을 천명하는 것도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봐야 한다.

북한군의 시선과 입장에 철저하게 빙의해서, 우리의 빈틈과 약점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과신(過信)이나 적에 대한 과격한 언어 수사(修辭)를 통해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군 수뇌부 지휘관들의 극한적 두뇌싸움, 북한군의 오판과 착오를 불러일으키는 속임수, 아군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하는 최상 또는 차선의 전략전술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고 토의하는 2023 UFS가 되길 기대한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헌신하는 국군장병들 노고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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