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윤석열 정부의 총공세가 가능할까? 내각과 사법부가 전투적인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어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김기중 이사도 해임되고 그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우면 방문진 이사진의 여야 구도는 5대4로 역전된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다. 방문진의 여야 구도가 뒤집어지면서 ‘노영방송’으로 명성(?)이 쟁쟁한 MBC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방통위는 또 KBS 보궐이사에 황근 선문대 교수를 추천함으로써 KBS 이사회 총원 11명 가운데 여야 구도가 6대 5로 뒤집혔다. KBS와 MBC 등 두 공영방송이 모두 급격한 변화의 폭풍에 직면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의 거취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이 갖가지 명분을 들어 이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지만, 본질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신임위원장을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 방송계 질서를 정비하려는 의도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파 진영 내부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호오(好惡)의 의견이 갈리지만, 그럼에도 진영 차원에서 지지 의사를 나타내는 것도 이 신임위원장의 방송계 질서 잡기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와 관련해 대통령과의 친분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기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념 성향과 전횡에 이를 갈던 사람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주목했다.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언급이었다. 지난해 연말 대전지방변호사회지 ‘계룡법조’에 실린 글이다. 방어적 민주주의 정치철학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런 소신 발언은 법치 존립 자체가 의문스러워진 현 법조계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초대 국가보훈부 수장에 임명된 박민식 장관은 정치적 고려가 담긴 정책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 ‘가짜 유공자’ 서훈 박탈,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백선엽 장군의 친일행적 삭제 등을 발표했다. 이어 최근에는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중국 인민음악가 정율성 기념공원 설립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가 최근의 새만금 잼버리 파문과 엮이는 한편 5·18 유공자 문제로까지 이어질 때, 87년 체제에서 강고하게 유지돼왔던 호남의 정치적 정당성과 상징성은 타격을 입게 된다. 호남과 주사파의 결탁이 좌파 패권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의 파급력은 적지 않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성과 5·18의 핏값으로 유지되어온 광주의 상징자산이 타격을 입을 경우, 이는 호남을 배후지로 하여 막강한 위력을 발휘해온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김영호 통일부장관도 전투적인 시국관을 드러내는 각료의 한 사람이다. 민주당 등 야권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은 새삼 언급하는 것이 쑥스러울 정도. 차라리 전사(戰士)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정도다.

이같은 변화를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대야 투쟁 능력을 기준으로 국정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마치 전시(戰時) 진용을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각 분야 인재들의 자질보다 중요한 것이 이들 자원을 배치해 운용하는 전략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비상시국이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필승의 결의와 구도를 갖추고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 반대한민국 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나아가 대한민국도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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