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광주가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한다. 상식이 있는 국민이면 대체 무슨 짓을 하느냐고 손가락질을 하는데, 이게 뭐가 잘못이냐고 큰 소리 치며 고개를 빳빳이 든다. 독립국 국민 행세다.

광주시 양림동 항일운동 집안 출신이라는 정율성은 중국과 북한 공산당원이다. 인민해방군과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지은 연주자·작곡가다.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인민군 구락부장과 협주단 창단 단장을 지냈고,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군 위문 활동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3대 음악가로 평가한다는 이 사람을, 대한민국 광주가 왜 고장의 영웅으로 모시지 못해 타 지방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자청하고 있는가? 보훈부 장관 박민식의 철회 요구에 대한 광주시장 강기정의 반박에 그 해답이 들어 있다.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다." 시진핑이 높이 평가하니 그의 이름을 따 도로명을 짓고 생가를 가꾼 것도 모자라, 또 국민 세금 48억을 들여 시내에 기념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잘 보이려는 작업은 문재인 정권의 발상이다. 그가 취임 첫해 방중(訪中)한 직후, 중국 정상 답방을 위해 당시 보훈처에서 정율성 국가유공자 추서 절차에 들어갔다. 내부 반대 의견에 부딪히자 대신 김원봉 서훈에 나섰다. 김원봉은 본명이 정부은인 정율성에게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율성(律成)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이다. 6·25 남침 공로로 북에서 훈장을 받았다.

김원봉 서훈도 일부 심의위원 반대로 무산됐다. 집요한 문재인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추진한 것이 바로 48억 원짜리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이다. 문재인의 퇴임 2년 전인 2020년에 계획이 수립됐다.

광주시장 강기정은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다. 전남대 주사파 운동권 경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당에서 두 차례 금배지를 달고 의사당에서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러 ‘정치 깡패’란 말을 들었다. 청와대 수석일 때 국감장에서 야당 원내대표에게 반말 고함과 삿대질을 해 ‘광주 서방파’ 조폭 같은 정치인임을 입증했다.

그런 강기정이 주군 문재인의 일편단심을 관철시키려다 이 야단이 나고 있는 것이다. 절대다수 호남인, 광주 시민들 뜻과는 전혀 관계없는 침략군 나팔수 추앙이다. 그는 중앙정부 소관 장관의 비판에 관광객 유치 목적이라는, 유치한 반박을 했다.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그의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 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정율성을 찾아 광주에 온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소리다. 일반 중국 관광객들 중에 정율성이란 이름을 아는 이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반 재벌, 반 기업 정책으로 복합 쇼핑몰이 하나도 없는 데 대해 쏟아지는 비판과 조롱을 의식한 애처로운 궤변이다.

정율성 공원이 올해 말 완공된다면 잡초밭은 예정돼 있다. 논란 전까지 정율성을 아는 광주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제 그가 6·25 전후에 무슨 일을 한 사람이었는지 다 알게 됐다. 그럼 누가 그 공원을 찾겠는가? 가이드조차 민망해서, 텅 비어 잡초만 무성한 그곳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율성 사태는 광주가 호남이 30년 묻지마 투표로 민주당을 밀어 준 결과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아닌 중공과 북괴 군가 작곡자를 기념하자고 혈세를 쏟아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광기가 내년 총선에서는 37%(지난 지방선거 투표율) 이상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와 2번 아닌 후보에도 표를 주도록 할 것이다. 정율성 공원이 콘크리트 광주와 호남의 균열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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