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유초중고 교사들이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가 되는 9월 4일에 대규모 단체행동을 예고하여 교육계가 다시 술렁인다. 교사들은 현행법상 공무원의 신분이므로 단체행동은 어렵다. 따라서 학교의 재량휴업이나 집단연가 등을 이용해 우회적인 파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량휴업이란 비상재해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라야 학기 중에 지정할 수 있으며, 집단연가도 교원의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사용가능하다. 따라서 9월 4일로 예고된 단체행동을 강행할 경우 불법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파업 자제를 구하고 동시에 학사운영과 복무관리의 적법 여부를 점검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함께 한다고 밝혔으며, 최교진 세종교육감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교사들은 전체 50만여 명 중 8만 명 정도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큰 혼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교사들은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후 토요일마다 도심 집회를 열어 ‘정상적인 교육환경’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란 무엇인가? 이미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과 교사노조와의 간담회를 거쳐 교권 보호 및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동학대 면책권과 기본적인 교사의 권한 그리고 실효성 있는 몇 가지 사항을 고시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인내하고 꾸준히 개선해 나아가는 노력을 보여줄 때다.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교육부의 방안은 이제 겨우 한 걸음 나아간 것에 불과하다. 학부모 측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교권 회복에 대한 관심이 긍정적이라 해도, 아직 당사자 간 입장에는 간극이 큰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은 의견 수렴을 위해 모두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조희연 교육감처럼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가진다면서 한 쪽으로는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모순된 태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교실에서의 교사 폭행과 극단적인 선택 이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때에 오히려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필요한 단체행동으로, 모처럼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역주행은 교사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다. 오히려 교권 보호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사그라지게 하고 부정적 기류를 조성할 것이다. 단체행동을 예고한 교사들에게 굳이 이런 행동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민감한 시기에 교육감과 교장까지 나서 공교육을 멈추게 하는 단체행동 선동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선동으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겪었던 사례가 여러 번 있다.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던 괴담으로 전 국민이 불안해했던 광우병 사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질 것이라던 사드 괴담 등이다.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선동에 불과했지만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다시 불안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단체행동보다는 대화의 장에 나와 교사들의 생각을 정당하게 설명하면 된다. 자기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명분 없는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혼란만 더욱 부채질 할 뿐이다. 이번에는 불법 여부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교사는 항상 교실을 지켜야 한다.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나 교권회복, 공교육의 정상화, 이 모든 것이 교실을 지킬 때에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자로서 교실과 학생들을 내버려두고 거리의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