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흉상 이전을 둘러싸고 ‘무식 논쟁’이 붙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흉상 이전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귀하(이 장관)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겠다"면서 "홍 장군은 왜군과 37회나 전투를 벌이면서 공적을 세웠고, 연해주에서 무장투쟁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종찬 회장이 "무지하다"고 공격하자,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신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홍범도 장군은 독립운동을 했지만 ‘자유시 참변’ 같은 과오도 저질렀다"며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순국선열로 모시고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 하나?"라고 맞대응했다. 신의원은 "이종찬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쌍방간 오고간 ‘무식 공방’은 ‘범주 적용의 오류’에서 빚어진 논리의 참사다. 논리적 모순(logical paradox)은 이종찬 회장에게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국토 보위·자유민주주의 헌법 수호’다. 육군사관학교는 이같은 존재 이유와 목적 하에 육군 초급장교를 길러내는 학교다. 따라서 육사 생도는 입교 때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수호’를 자신의 생명과 같이 여겨야 한다. 따라서 볼셰비키 리더였던 레닌의 지시를 받고 공산주의 혁명에 가담한 당시 모습의 ‘홍범도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홍 장군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기 때문에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것은 합당하다.

이종찬 회장은 이 장관을 향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한다. 틀렸다. 육사 생도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민족적 양심’이다. 이 회장은 논리학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범주 적용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 지능지수(IQ) 검사는 ‘다음 네 개 중 어느 한 개가 다른 것은?’처럼 범주를 구분하는 문항이 대다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범주 적용 오류’ 현상은 다반사다. 머리가 좀 나쁘거나, 욕심이 과도할 경우 발생한다. 이종찬 회장이 머리가 나쁠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다. 아마도 ‘독립운동 집안’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논리 모순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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