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한다.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했다.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골프로 치면 300m 장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OB(아웃오브바운즈)밖에 더 나겠나?"라며 "국정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29일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민주평통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자유 통일의 개척자가 되어 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식 때부터 ‘자유와 법치’를 일종의 통치이데올로기 기제(機制)로서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이념이란 ‘신념화된 사상적 체계’를 말한다. 흔히 ‘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어쩌고 표현을 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윤 대통령은 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 보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말할 정도라면 사상·이론적 내공이 꽤 깊다는 뜻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사상·이념에 대한 공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취임 직후 "사상과 이념을 떠나 민생을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상·이념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좀 심하게 비판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식한 표현’이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가 아니라 "올바른 사상과 이념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라고 해야 맞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이같은 잘못된 정치 의식으로 인해 결국 광우병 사태로 친북좌파 세력에게 크게 얻어터지고 실패의 길을 걸었다.

개 돼지들이라면 몰라도,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인간은 수십만 년 전의 원시공동체 사회가 아닌 다음에야 사상과 이념을 떠날 수 없게 돼 있다. 더욱이 남북이 각기 다른 이념을 갖고 있는 우리 현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상과 이념을 떠난 정치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사상과 이념을 떠나…’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무식하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 하나다. 한국은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기초가 잡힌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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