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다. "이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고 문재인까지 성원을 보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명분 없고, 뜬금 없고, 원칙 없는 3무(三無) 단식’이라는 비아냥, 출퇴근 단식이라는 조롱이 나온다. 야당 대표의 단식을 내건 대중집회 치고는 참가자 규모도 초라하다.

우선 단식의 명분부터가 애매하다. 굳이 명분을 찾자면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항의 차원일 텐데, 이건 일본의 주권 문제다.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처리수의 방사능이 기준을 넘지 않는지, 방류가 국제 표준 매뉴얼과 기준, 합의에 부합한지 감시하는 일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가 충분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 대표가 단식한다고 해서 털끝만큼 더할 일도 뺄 일도 없다. 뭘 어쩌라는 말인가.

이 대표가 단식을 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올 경우 지지층을 결집시켜 당 소속의원들이 가결 표를 주기 힘들게 하려는 계산, 그리고 당내의 사퇴론을 일소하려는 정치적 승부수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도 이번 단식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단식은 1980년대 민주화의 시대에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항의의 무기로 활용됐던 것에 정치적 뿌리가 있다. 감옥에 갇힌 운동권 학생들과 정치범들이 옥내 투쟁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많았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단식도 나름의 정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의 단식은 편법으로 소수의 의도를 달성하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엄격성에 사활이 걸려 있다. 그 절차적 엄격성의 핵심에 선거가 있다. 보통·평등·비밀·직접 선거의 원칙이 그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무리들이 자신들의 뜻을 실제 이상으로 과대 포장하는 수단으로 단식 등을 동원하는 일이 많아졌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이런 자들을 지지하면 이들은 투표보다 자신들의 목청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 자들을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이 자들이 편취해 악용하고 있는 대표성을 되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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