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근
송원근

북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만간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 국가안보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만일 민주당 의도대로 국방 장관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될 경우 직무가 정지되고 사퇴할 수도 없으며 대통령이 후임 장관을 임명할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있을 때까지 수개월 동안 우리나라 국방 장관은 빈자리가 된다는 얘기다.

이종섭 장관이 12일 사의란 큰 결단을 내리면서 일단 탄핵시도는 허사가 됐다곤 하나, 그동안 민주당이 국방장관 탄핵을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한 책임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현안도 다뤄질 것"이라면서 양국간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지원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전면 위반한 것으로 이대로라면 안보리가 주도해온 대북제재 시스템이 무력화될 게 뻔하다. 러시아는 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줄 수 있는 건 온 나라에서 다 만들 수 있는 재래식 무기이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주는 건 군사정찰 위성 부품·기술과 핵잠수함 기술"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은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하며, 오히려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장관 탄핵 시도에 대해 "김정은과 푸틴이 만나서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어떻게 할 거냐"며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발휘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과 푸틴의 이런 도발적 만남에 전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이때, 국방장관을 몇 개월씩이나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민주당이 진짜 바라는 건 도대체 뭘까.

혹시 이종섭 장관이 사표를 낼 줄 미리 알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장난을 친 걸까. 지지자들 가슴에 장관 탄핵이란 웅장한 불을 피워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스크럼을 짜보겠다는 것이었나.

민주당은 장관 탄핵을 보드게임 정도로 보는 것 같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서 사회자가 ‘안보 공백’을 지적하자 "아니, 자기가 한 사인까지, 결재한 것까지 바로 부정하고 부인하는 그런 장관이 장관을 계속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국군통수권자는 대통령입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된 기간에 차관이 다 임무대행을 했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 결재를 본인이 부정하는 이런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둘러댔다.

국방부에 차관이 있으니 장관이 사라지면 차관이 대신 하면 될 일이라는 투다. 장관이 없으면 대통령이 대신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장관 하나쯤이야’, 당 최고위원이 이런 식이니 기가 찬다.

차라리 "국가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장관이 받고 있는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한 추궁이 더 중요하다"라고 이성적으로 말했으면 들어줄 수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성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최근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이 불거졌을 때 광주에선 5·18단체까지 나서서 "광주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호국정신"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가슴에 이분들의 호소가 들어설 자리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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