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

오는 20~21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향후 기준금리의 방향성은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시장의 관측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이미 기준금리를 올린 상태다. 21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개최하는 영국의 영란은행과 일본은행(BOJ)의 경우 경기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를 감안해야 하는 등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 연준이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거나 통화긴축 완화 시점을 늦추는 등의 매파 성향 발언이 나오면 증시를 비롯한 시장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자들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 최종금리가 현재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5.75%에서 6.0%에 이를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1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지난 14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3종의 정책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이번이 10번째다.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했지만 이틀 전 ECB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올린 3.2%로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유로존 20개국의 지난해 10월 물가는 10.6%에 달했고, 지난달에도 5.3%를 기록했다. 최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가 잇따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경기 둔화보다는 물가 상승 억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실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78% 올랐다. WTI 선물가격은 지난 14일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이날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황은 브렌트유도 마찬가지.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중국 정부가 최근 일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가운데 지난주 발표된 소매판매·산업생산 등 8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원유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운 탓이다. 글로벌 원유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 트레이더의 98%는 미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최종금리는 안갯속이다. 국제유가는 미 연준이 중시하는 지표인 근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아울러 지난 상반기 하향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8월 두 달 연속으로 오름폭을 키운 것도 통화긴축 완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경제학자들은 미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미 연준이 최소 한 번 이상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는 최종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 오른 5.50~5.75%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35%는 5.75~6.0%, 7%는 6.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현재의 기준금리인 5.25~5.50%가 최종금리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이처럼 미 연준의 통화긴축이 연장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내년 3분기 이후에야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쳤다. 이는 지난 6월 설문조사 때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비율이다.

경제학자들은 국제유가 급등을 인플레이션의 강한 적신호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안 바우마이스터 노트르담대학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더 올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이고, 기업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둔화가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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