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야무진 정치 잔머리는 결국 허사가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 대표 단식 중’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받았음에도 끝내 국민의 눈길이 무서웠던 것 같다. 속칭 ‘개딸’들이 전날부터 ‘이재명 체포안 살생부’에 ‘100여 명 부결 인증’ 명단을 올리는 등 반란표 방지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지만 소용 없었다. 민주당은 일단 이재명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재명 문제’가 깨끗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문제’가 해결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당의 균열과 붕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게 될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는 비록 그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어려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사라지긴 했지만 이재명은 끝까지 ‘옥중 공천’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이재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자주 속아 넘어가는 ‘정치적 신장개업’을 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당 내에 정치 DNA가 너무도 이질적인 세력들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속칭 친명계-반명계는 자유민주주의 틀 내에서의 보수-진보 간 차이가 아니다. 둘 사이에는 대한민국 체제를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는 차이가 존재한다. 속칭 개딸과 친(親)경기동부연합·민노총 출신 의원들과 민주당 내 자유민주주의 좌파들 사이에는 서로가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것이다.

9월 말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11월은 국정감사 시즌이다. 12월은 예산 정국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예산 정국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 이후는 22대 총선 체제로 돌입한다. 총선은 4월 10일.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4기 암’(癌)을 안고 총선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비상대책위 체제가 구성되면 결국 친명-반명으로 나뉘어 분당(分黨)의 길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으로서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이재명 리스크로 인해 당이 통째로 붕괴되는 것은 막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은 없고 갈길은 멀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이재명’을 버리고 국민을 택했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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