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국제 석유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국제 석유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 즉 욤키푸르 전쟁 50주년에 맞춰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반세기 전과 같은 ‘오일 쇼크’ 가능성이 재소환되고 있다.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욤키푸르 전쟁은 1차 오일 쇼크로 비화됐고,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회원국들의 원유 금수 조치는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1974년 3월 금수 조치 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 배럴당 3달러 수준의 원유 가격은 12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들과 벌이는 것이 아니다. 블룸버그 뉴스는 최근 "아랍 국가들이 사태의 구체화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1973년만 해도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었고, 세계는 모든 예비 생산능력을 소진해 버렸다"며 "오늘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해졌고, 전기차가 현실화되면서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어 "1973년 10월 원유 금수 조치 직전 OAPEC 회원국들은 일방적으로 원유 가격을 70% 인상했지만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의 85달러에서 10~20% 더 올려 받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제유가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 움직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같은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여부 등이 꼽힌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물론 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확인되기만 해도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시장에 공급 충격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잠재적으로는 그 이상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00만 배럴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20년엔 미국의 제재로 하루 원유 판매량이 40만 배럴까지 급감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원유 수출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이번 사태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국제유가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씨티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시행 중인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 결정을 종료할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중동전쟁 때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사례를 들어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금융회사 중신선물에 따르면 1990년 걸프전 당시 국제유가는 240% 치솟았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에는 45%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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