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아테네민주주의는 기원전 5세기경 시작해 기원전 2세기 아테네 멸망과 함께 소멸한다. 귀족에게만 집중된 정치·경제적 특권은 시민의 노예화를 불러오자, 국가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입법과 행정에 대한 결정을 시민유권자들의 선택에 맡겼던 것이 아테네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우민정치로 변질되면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란이 생겼다. 소크라테스 죽음과 펠레폰네소스전쟁 패전을 목도했던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능력이나 기여에 상관없이 평등만을 앞세워 파벌 권력투쟁만 일삼는다면 결국 체제 몰락으로 치닫을 것이라 예언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민주정의 우민정치화를 경계하며, 민주정치와 전제정치가 놀라울 정도로 한몸을 이루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스 철학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평가는 프랑스혁명의 광기를 목도했던 영국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저서 <프랑스혁명의 성찰>에서도 재확인된다.

<자유론>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의 활동무대였던 19세기는 자유가 무한대로 확대되는 자유방임과 자유무역이 대세를 이룬 진보적 급변시대였다. 그러나 늘어나는 중간계층과 노동자들의 권력 재분배 욕구가 분출되면서, 아테네 정치처럼 다시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극렬대립하는 길항관계를 형성해 사회혼란이 증대됐다.

권력의 내용과 질에는 관심이 없고, 획일적 평등만을 강조하고 무산자인 다수에게 권력이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로 나아갔다. 또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민주주의와 입헌민주주의의 성숙은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해 나갔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도 여전히 질 낮은 대중여론의 문제점과 선동에 의한 다수독재의 위험성은 늘 잔존했다.

물질주의가 만연해진 21세기 대중의 극심한 이기주의와 포퓰리즘 선호는 대의제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를 결국 무너뜨렸다. 국민과 국가를 대변해야 할 헌법기구인 국회의원들은 마치 생계형 자영업자 유형의 모리배로 타락했다.

대한민국 국민을 볼모로 체제타락과 체제전복을 획책하는 이재명이란 기만적 선동가는 이제 새로운 ‘흥정민주주의’라는 초저질의 민주주의를 발현시키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