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여권이 내년 총선에 대비한 전열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수습 방안이나 리더십, 참신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여권이 남은 기간 동안 기사회생의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16일 6명의 임명직 지도부 인선안을 발표했다. 총선의 공천 실무 작업을 주도할 사무총장에 이만희(재선·경북 영천청도) 의원, 정책위의장에 유의동(3선·경기 평택을) 의원을 결정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김예지 의원(초선), 조직부총장엔 수도권 원외인사인 함경우 경기도당 광주시갑 운영위원장이 임명됐다.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김성원(재선·경기도 동두천연천) 의원으로 정해졌다.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며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수진 최고위원이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되면서 이번 수습 방안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원장이 당직 개편안에 대해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 개편을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문제는 일부 인물의 교체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번 조직 개편에도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의 기본 질서를 바꾸는 파격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점은 공천 프로세스에서 찾는 것이 맞다. 공천이 당내 의사 결정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당비를 매월 1만 원 이상 내는 당원들에게 지역구 공천권을 돌려주는 시도는 어떨까. 우파 정당의 고질적인 약점은 당원들이 구경꾼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당의 주인으로 세우지 못하면 좌파와 비교해서 상대적인 정치적 열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좌파들은 이념적 동질성과 적극적인 정치 활동 참여라는 점에서 우파를 압도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원들이 공천권을 가지면 정치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정치 토론 부재는 우파 정당의 조직이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잡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내년 총선만이 아니라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차원에서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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