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둘러싸고 미국-독일, 러시아-프랑스의 정상회담이 7일(현지시간) 동시에 열렸다.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날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해 온 독일은 전례 없이 미국의 강경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슐츠 총리는 가스관과 중단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등,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일부 유지했다. "유럽의 에너지 주권에 대해서 미국 정부와 매우 분명한 협약을 했다." 숄츠 총리의 발언이다.

아직 심층적인 분석이 나오진 않았으나, 이같은 독일의 입장 변화에 에너지 관련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닌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관계에서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게 일방적인 양보나 헌신이다. 미 정부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을 향해 ‘스와프’ 형태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유사시 천연가스 일부를 유럽 쪽으로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이날 프랑스와 러시아 정상이 만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을 마친 뒤, 우크라이나 위기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부각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살펴볼 가치가 있는 여러 구체적 아이디어를 비공개로 제시했다"는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과 나토에 답변서를 보내겠다면서 아직 대화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방과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발언들이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자국 동부 하리코프 인근에 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 사드(THAAD)를 배치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방위력 강화를 위해 동유럽에 장기적인 병력 배치를 검토 중이며, 미군 추가 파병에 이어 영국·독일 역시 각각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병력 350명을 추가키로 해 러시아에 대한 견제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