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인 교수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1991년부터 32년간 서울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 교수의 가문은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쳤고, 인 교수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인 교수 개인의 캐릭터나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상당수 국민이 국민의힘에 대해 느끼는 비호감이나 적대감을 희석하는 데 이보다 적당한 인물이 있을까 싶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복수 국적을 합법적으로 갖고 있어서 우파 시민들의 친미 성향과도 부합한다. 우파의 취약 지역인 호남 출신인 것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은 본인의 이미지로 승부를 거는 자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혁신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혁신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이 또 한 사람의 셀럽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지름길로 쓰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건 코미디이자 비극이다. 그런 일은 피해야 한다.

보수 정당은 그동안 수많은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관심이 집중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만큼 국민의힘이 부딪힌 상황이 막중하고 혁신위원회에 걸린 역할과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다. 이번 혁신위원회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23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임명 직후 인 위원장은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해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혁신위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당 안에서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가 뭔지, 살아 나갈 길이 뭔지, 어떻게 더 발전할 건가, 어떻게 후대에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건가, 거기에 중심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된 혁신을 시도할수록 당내 반발은 거세질 것이다. 당장 공천 규칙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나라와 당의 운명보다 자신의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도 물갈이해야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는 위원의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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