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으로 중동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작년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 방한 때 체결된 40조 원 규모의 계약·MOU와 별도로 청정에너지·전기차·스마트팜 등 다방면에 걸쳐 46건 21조 원 규모를 추가로 성사시켰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어려운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제2의 중동 붐을 통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윤 대통령 강한 의지의 결실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율이 2%를 밑돌고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 3고가 일상화된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급부문에 의한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 확충, 산업경쟁력 강화 그리고 수출을 증대하는 수밖에 없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때 붕괴에 직면했을 때도 ‘20세기 최대의 역사’라는 사우디 주베일 항만공사 등 중동 특수를 통해 경제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다.

지금 중동은 젊은 지도자들이 석유 고갈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중동의 뉴욕’이라는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중동의 지형과 면모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에 사우디가 경쟁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상공업의 허브로 발전하기 위해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속 위험을 무릅쓴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시의적절하고 경제 협력의 새 지평을 연 개가였다.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경제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잡고 함께 나가면, 경제 협력의 지평은 넓어지고 양국 발전의 시너지는 창출될 것이다. 현재 논의 분야를 넘어 원전·디지털·AI 분야로까지 확대 발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은 배전의 노력을 해나가야겠다.

다만 미국이 대 중동 및 유라시아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전쟁·중동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안보위기 헷징(Hedging)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종래 친미적 성향의 사우디·UAE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등 국익에 따라 국가관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국익만이 존재하는 정글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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