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요구를 거부하던 한국노총이 정부가 만든 시스템에 회계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 이것은 노동계의 본격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조합원 1000명이 넘는 대형노조는 회계를 공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도록 한 개정 시행령이 드디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정된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국노총·민주노총 같은 상급 단체가 회계결산을 공시해야 산하 노조 조합원이 낸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합원 1000명 미만인 노조는 따로 회계결산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역시 상급단체가 회계결산 자료를 공시해야 혜택을 받는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매년 1000억 원 이상 조합비를 거두고 있다. 지난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17곳에서 받은 지원금도 152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회계 장부는 일종의 성역처럼 공개를 거부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 자율성 보장’을 거론하며 이 문제에 눈을 감았다. 정부가 국민 혈세로 노조에 뇌물을 바쳐온 셈이다.

지원받은 돈의 사용도 문제였다. 노조 간부가 해외여행도 가고, 조합원 자녀 영어 캠프 비용으로도 썼다. 심지어 친북 사업에 활용한 사례까지 나왔다. 깜깜이 회계는 강성 파업과 노노(勞勞)간 착취 등과 함께 노동계의 3대 고질병으로 꼽혔다. 노조의 돈과 조직이 조합원의 복리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 쓰이는 일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양대 노총의 이번 회계공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관련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해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과거 정권이 대못을 박아놓은 좌파 패권은 조금씩 씻겨가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좌파 적폐가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존립 근거를 상실해가고 있는 현상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충격을 던졌지만 그럴수록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지상명령 즉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노동 개혁은 출발일 뿐이다. 경제와 국방·언론·문화 등 국가 전 분야에 걸쳐 좌파가 구축해온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뿌리가 너무 깊다.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꾸준히 일하는지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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