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같은 당 의원에 대해 노골적인 살해 협박에 나서고 있어 충격을 던졌다. 비명계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 시내에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이 현수막을 붙인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직접 시위에도 나섰다.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이원욱 넌 역적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원욱은 동탄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난입해 30분 가까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한 여성은 "왜 사무실에 이재명 대표 사진을 하나도 안 붙인 거냐. 니가 민주당 국회의원이냐"라며 욕설을 쏟아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시위 문화는 외국에 비해 폭력 수위가 낮은 편이다. 좌파 단체들이 죽창이나 몽둥이를 휘두르고 사제 총기를 사용해 진압 경찰이 죽거나 부상당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의의 사고였고 의도적으로 살해를 선동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이 대표 지지자들의 선동은 그 선을 넘은 것이다.

정작 이 대표 자신은 당무에 복귀하며 "가결파 징계를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통합의 메시지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사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대표가 공식적인 통합의 메시지와 별개로 실제로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비명계 의원에 대한 공격에 나섰거나, 아니면 이 대표조차 지지자들을 제어할 능력을 상실했거나. 어느 경우라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에 붙은 현수막에는 ‘민주당 내의 검찰독재 윤석열의 토착왜구 당도5 잔당들’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토착왜구’는 문재인 정권 당시 좌파들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유포시킨 용어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적이 일본인지 북한 김씨정권인지 기본적인 대외관계 의식마저 의심스러운 조어가 아닐 수 없다. 토착왜구 용어를 사용하는 자들이 북한을 비판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까지 승리할 경우 이 나라에는 ‘토착왜구 토벌’을 명분으로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해방정국과 6·25전쟁 당시의 잔인했던 이념대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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