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법과대학 교수가 헌법재판소에 현행 사전투표제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냈다. 사실 사전투표제는 도입 당시부터 전문가들과 학계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투표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편의만을 내세운 것으로, 헌법과 기존 선거법의 정신과 상충된다는 이유였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가 이번에 낸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단순한 법리 문제를 넘어 국민 주권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다. 이것은 그간 일부 국민 사이에 있는 사전선거 조작, 음모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헌법체계에 비춘 규범적 불완전성, 위헌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반성,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의 선거결과는 사전투표율은 높아지지만 전체 투표율은 도리어 낮아지는 경향을 객관적 수치를 통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전투표제로 참정권 확대를 하겠다는 선관위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다.

사전투표는 본투표에 근접한 비율을 보이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더 높아, 4-5일의 시차를 둔 1차 투표, 2차 투표가 되고 말았다. 또 1차 투표와 2차 투표에서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림으로 인해 공개투표로 변질됐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1, 2차 투표 중 하나로 보여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1차 투표는 선거운동이 자유로운 기간 중 아무데서나 이틀에 걸쳐 치러지지만, 2차 투표는 선거운동이 금지된 날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역차별이 심각하다. 사전투표 후 본투표 사이에 중요한 뉴스가 터지거나 기존 사실관계가 가짜뉴스로 밝혀져도, 본투표에 반영될 길이 없다. 두 개의 유권자 그룹이 투표 의사에 반영하기 위한 기초 정보의 범위와 질이 확연히 다르다. 투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사망하면 사표(死票)가 되기도 한다.

사전투표의 경우 기표용지에 투표자 이름과 주소까지 기재되어 마음만 먹으면 선관위는 대한민국 유권자 절반의 투표 성향을 수집·관리할 수 있다. 비밀선거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사전투표제는 본질적으로 고쳐서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기술적 문제, 부정의 소지는 부차적·지엽적 문제일 뿐이다. 헌법재판소는 신속한 결단을 통해 내년 총선 이전에 위헌적 사전투표제 실시를 중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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