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계속 위험 수위를 오르내린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아태지역경제전망 간담회 녹취록에서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가처분 소득의 1.6배에 달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전체 가계신용(금융사에서 빌린 가계 빚의 총합)은 지난해 3분기 1871조108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올해 1분기에 1853조2563억 원으로 줄었다가, 2분기 들어 1862조7809억 원으로 다시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멈추지 않는다. 5대 시중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9월 말 대비 2조4723억 원 늘었다. 9월의 가계대출 증가 폭(1조5174억 원)과 비교해도 62.9% 증가한 금액이다. 가계대출 속도가 붙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9일 총리공관에서 ‘당·정·대 고위 협의회’를 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 ‘영끌 투자’는 정말 위험하다"며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핵심 요인은 문재인 정부 때의 집값·전셋값 폭등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단기간에 두 배로 뛰어오르면서 30,4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샀다. 이때 오른 집값·전셋값이 윤석열 정부 들어 20% 정도 하향 조정되다가, 최근 6개월 사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제정세 변동에 따른 고금리·고물가 현상과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늘기 시작한 것.

국제정세 변화와 미국 고금리 등의 요인들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집값·전셋값은 정부의 주택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조절·통제가 가능하다. 지금 서울 집값은 GDP 대비 최소 30% 이상 거품이 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가 시장에 주택공급 사인을 계속 보내야 하는데도 중간에 그만둔 게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패배 요인을 압축하면 딱 두 가지다. 집값 폭등과 대장동 사태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심판을 받은 것이다. 만약 집값·전셋값이 이 추세로 간다면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라는 사실을 정부는 깊이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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