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웅
전경웅

우리나라 언론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 있다. ‘정론지’니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이니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헛소리다. 언론계 전반의 편향은 웬만한 국민이라면 느끼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부분과 사회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데서 많이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나 연예인 마약에 대한 보도를 보면 ‘정론’이니 ‘객관성’이니 주장이 얼마나 헛소리인지 보인다. 현지 시각 지난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 가운데 하마스의 전쟁 범죄를 지적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팔레스타인 지지’를 빙자한 ‘하마스 지지자들’의 주장을 주로 전하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어린이들이 숨지는 모습을 전하는 데 급급하다. 여기에 기자 또는 데스크의 감상을 첨가하는 것으로 기사를 마무리 짓는다.

이런 언론은 이스라엘군의 발표는 별로 참고하지 않는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다양한 SNS를 통해 한글로 친절하게 설명해도 그렇다.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 침공 초기뿐만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전쟁 범죄도 설명하지 않는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이 하마스가 도로를 차단하고, 피란민들을 총부리로 위협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하마스 군사시설 앞에 ‘인간 방패’로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발생한다는 점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31일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유대계 독일인 여성 샤니 록의 사연도 그렇다. 하마스가 침공 당일 그녀의 시신을 트럭 짐칸에 싣고 돌아다니며 모욕하는 영상을 SNS에 자랑스럽게 올렸다. 영상 속 그녀는 다리가 바깥으로 꺾인 채 머리에서 흐른 피가 짐칸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이미 숨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추정을 해댔다. 이날 보도된 것도 이스라엘과 독일 정부의 발표를 인용한 것이었는데, 시신을 참수한 하마스의 잔인함을 비판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침공 당시 남부 국경 키부츠 등을 습격해 일가족을 살해하는 건 물론 어린이 앞에서 엄마를, 엄마 앞에서 갓난아기를 살해했다. 수십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참수해 살해한 뒤 그 시신을 트럭 짐칸에 쌓아놓고 화염병으로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런 잔인한 전쟁범죄를 비판한 국내 기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게 국내 언론들이 그렇게도 자랑하는 ‘정론’이고 ‘객관적인 보도’인가.

연예인 마약 보도도 마찬가지다. 배우 이선균 씨를 비롯한 연예인 마약 사건에서 언론의 관심은 마약을 투약한 사람에게만 쏠려 있다. 이 마약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에는 무관심하다. 왜일까? 북한산 마약이라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캐나다·호주·대만에서 ‘초한전’을 펼치듯 북한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마약전’을 전개한다는 사실을 왜 숨기려 할까? 혹시 "문재인 정부 동안 마약 유통이 겨우 5배밖에 안 늘었다"는 그 정당을 지지해서 그러나?

반대로 웃기는 ‘언어유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언제부턴가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써야 하고,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표현해야 한다. 강간도 ‘성폭력’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써야 한다. 이태원 압사 사고도 무슨 현충일처럼 전 국민이 강제로 추모해야 할 날처럼 보도한다. 뭘까? 표현 순화한다고 흉악한 일이 즐거운 일이 되는 게 아니고, 전 국민이 추모한다고 개인이 유흥을 즐기다 벌어진 사고가 ‘순국’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건 ‘언론의 위선’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과거 범죄자의 개인 신상을 주소와 얼굴까지 정확히 보도하던 우리나라 언론이 언제부턴가 위선적으로 변했다. 동시에 피해자보다 가해자 인권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거 좌익들 행태 아닌가? 어디 가서 ‘정론’ ‘객관성’ 운운하려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냉정하게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러니 ‘기레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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