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핫이슈다. 김포 편입설이 나오자 고양·부천·광명·하남까지 들썩거린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국민의힘 측에서 선거 차원에서 나온 성격이 짙다. 선거용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흔히 메가시티(mega city)로 불리는 ‘거대도시’ 서울이 옳은 방향이냐, 대한민국에 유리하냐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해 ‘거대도시 서울’은 옳은 방향이다. 많은 국민에게 이익이다. 단, 성공 조건이 있다. 지방에도 메가시티 성격의 중핵(中核)도시들이 건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중핵도시들이 제대로 건설되지 않으면 거대도시 서울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도시가 되고 만다. 대한민국 도시 전체가 망하는 길이다.

지방 중핵도시 건설은, 그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1978년쯤 박정희 대통령 시기 ‘국토재편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었다. 행정수도를 지금의 세종시 인근으로 옮기고, 서울은 뉴욕처럼 상업 및 국제 거대도시로 만들면서, 충청도·전라도·경상남북도·강원도에 각각 메가시티 성격의 중핵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었다. 각 중핵도시마다 산업의 특성을 달리해 중복과 경쟁을 피하면서 상호협력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 국토재편 실무를 오원철 당시 청와대 제2경제수석이 맡았다.

당시 국토재편에 ‘가로림만 프로젝트’가 있었다. 충남 서산시의 가로림만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호리병 모양의 만(灣)이다. 파도가 약해 도크를 잘 만들면 20만톤 이상 선박도 접안 가능했다. 당시 오원철 수석은 "가로림만은 하나님이 우리민족에게 내려준 선물"이라고 했다. 중국 상해에서 광동성 남쪽까지, 일본의 규슈 전체를 통틀어 가로림만만한 국제항만 입지 조건이 없었다. 오 수석은 가로림만을 외항으로 하고 배후에 거대 자유무역 도시(inter-continental city)를 건설해 한국·일본 및 중국의 남동지역을 포괄하는 인구 8억의 환서해 시대의 중심도시를 건설하려 했다. 가로림만과 배후도시 전체를 ‘싱가포르’로 만드는 계획이었다. 이 거대한 꿈이 79년 박 대통령 암살과 함께 막을 내려버린 것이다.

‘거대도시 서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지방 중핵 도시 건설과 함께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국토재편’ 관점에서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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