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며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부산까지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의 만남을 거부한데 이어 보다 노골적으로 독자 행보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준석 신당은 성공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이라는 정당을 창당했지만 반 년 후 슬그머니 복당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조차 얻었던 박근혜조차 독자 정당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뿐인가? 이준석이 범접하기 어려운 중량감을 가진 안철수 의원이 지금 어디에 와 있나?

한국에서 제3당이 성공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분단이다. 우리 내부의 정치적 갈등은 본질적으로 남북 대결의 연장이다. 당연히 유권자들도 양자택일의 구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제3당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다당제니 제3당이니 하는 명제는 정치학 교과서에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상징자산의 문제도 있다.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을 선택할 때 정강 정책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지지 정당을 선택한다. 그 직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상징자산이다. 김대중·노무현·민주화 등이 민주당의 상징자산이고, 이승만·박정희·산업화 등이 국민의힘의 상징자산이다. 이것이 없는 제3당을 유권자들이 뭘 보고 지지하나?

이준석의 신당 창당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정치적 실책을 이준석이 대신 덮어쓰는 효과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에게 일종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은 진영 대결이 최고점에 이르는 총선이 될 것"이라며 "유승민·이준석이 탈당하고 나가본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준석은 방송용 쇼맨십으로 승부를 보는 유사 정치인이다. 이 유사 정치인의 유통 기한이 끝날 때, 한국 정치의 심각한 대기 오염도 약간이나마 개선될 것이다. 이준석의 신당 창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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