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작고하신 국군포로 이야기다. 그는 6·25전쟁 중 포로가 되어 30여 년 함경북도 탄광에서 강제노역하다 탈북, 한국에 와서 2021년 별세했다.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탄광에서 뛸 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우리의 국군통수권자(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국군포로)들을 구출하러 평양에 오시는구나! 이제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며칠 밤을 잠 못 이루고 마음 설레었다. 하지만 웬걸. 김대중 대통령은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김정일에게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는 ‘국가의 책무’에 서운해 했다.

모든 국민은 국방·납세·교육·근로의 의무를 갖는다. 국가는 이 4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의 기본 관계다. 김대중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 중 10명 정도라도 제정신이었다면, 실제 성사 여부는 둘째 치고라도, 대통령 탄핵을 발의했어야 옳았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는 국회의원들의 기본 활동이다. 국회의원이 헌법을 안 지키면 국민이 왜 헌법을 지키겠나.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일 북한에 억류된 납북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통일부는 지난 9월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장관 직속으로 대책팀을 구성했다. 역대 정부에선 없던 조치다. 지난 8월의 한미일 3국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도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이 들어 있다.

위로금 지급 대상 납북 피해자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들과 탈북민 3명 등 6명이다. 전후 납북자는 500여 명이다. 통일부는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전후납북자법)에 따라 이들 6명에 대해서도 가족당 1500만∼2000만 원의 위로금 지급을 결정했다. 북한 정권은 그동안 미국·캐나다 등 외국 국적 억류자들은 풀어주었지만 대한민국 국적자들은 장기 억류해왔다. 위로금 지급은 문자 그대로 ‘위로 수준’일 뿐이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정부로서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전 각료들이 납북자 송환을 위한 파란색 배지를 달고 다닌다. 정부는 그래야만 한다. 억류된 국민을 외면한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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