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당한 17%p 차이의 패배를 ‘쓴 약’으로 삼은 국민의힘이 ‘메가시티 서울’ ‘한시적 공매도 금지’ ‘3040 비례대표’ 등을 내세워 내년 총선의 어젠다 경쟁을 주도하고 나섰다. 반면 ‘절대 의석’ 200석까지 가능하다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공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허둥대는 모양새다.

여권이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어젠다들은, 내년 총선의 득표 이전에 그동안 야권이 장악했던 이슈 주도권을 되찾아왔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깊이 가라앉았던 당내 분위기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공매도 금지의 경우 ‘킹석열’이라는 환호가 나올 정도로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가서울의 경우 수도권 표심이 아직은 관망세지만,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파문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가는 조짐이다. 민심을 타격한 충격이 임계점을 넘으면 메가톤급 핵폭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여권 고유의 정책 주도권을 무기로 앞으로도 선거 분위기를 좌우할 정책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여권의 정책 공세에 마땅한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내분의 조짐까지 보인다. 이낙연·최재성·김두관 등이 여권의 정책 공세에 적극 대응을 요구한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바보 같고 어리석은 소리"라고 반발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일시적으로 덮였던 친명-비명 극한 갈등이 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문제가 무능력이라면 민주당의 고질병은 정체성 위기다. 민주당 주류들이 청년 시절부터 품어왔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이념의 문제다. 이 문제를 국민이 계속 눈감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윤석열 대통령부터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바로잡히기 시작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정당 해산 사유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권에 대한 거부감에 힘입어 혁신을 미뤄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다. 한번 터지면 민주당은 회복 불가능이다. 당내에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주사파 세력들과 단호히 결별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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