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웅
전경웅

지난 1일 태국의 한 일간지가 "태국인들이 한국 공항에서 부당하게 입국 거부를 당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매체는 태국인들이 ‘비자면제협정’을 악용해 불법체류하는 탓이라는 분석까지 내놨지만, 정작 국내 매체들은 태국인들 불평불만 위주로 보도했다.

주요 일간지에다 방송까지 태국인 입국 거절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자 법무부가 지난 3일 설명에 나섰다.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이므로 "엄정한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은 국익과 주권 사항이고, 불법 체류는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마약범죄 등 강력범죄로 이어져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설명은 사실이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태국인 18만여 명 가운데 합법체류자는 1만8000여 명, 불법체류자는 15만7000여 명이다. 78.1%가 불법체류자다. 악명 높았던 중국인보다 훨씬 심한 수치다.

태국인 불법체류 문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사지 업소나 노래방에서의 불법 성매매 수준이 아니다. 합성마약 ‘야바’를 포함해 ‘골든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동남아 마약 유통지 등에서 나온 필로폰 등 다양한 마약을 국내에 대량 유통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마약조직에다 중국 범죄조직까지 끼어 있다. 이들이 국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방법은 무비자 관광객으로 들어온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 이런 문제가 심각해져 법무부가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우리나라 주류 언론의 사대주의는 수십 년도 더 된 일이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을, 소위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나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PC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주워섬겼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는 동남아시아나 이슬람 사회 가운데서도 오만한 자들이 부리는 억지를 그대로 받아 써주고 있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핑계가 ‘경제’나 ‘관광’이다.

태국 문제만 따로 떼어놓고 보자. 지난해 태국을 찾은 한국인은 약 40만 명이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189만 명이었다. 반면 한국을 찾은 태국인은 지난해 18만 명, 2019년에는 57만 명이었다. 현지에서 사용한 돈을 보면 비교가 안 된다. 태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돈은 비중이 ‘낮다’고만 나온다. 반면 한국인 관광객이 태국에서 쓴 돈은 연간 20억 달러가 넘는다. ‘경제적 논리’로 따진다면, 이런 태국에게 우리가 대체 왜 굽실거려야 하나?

사실 태국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은 한국 대기업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히 성장했음에도 언제부턴가 한국을 우습게 보는 태도를 보였다. 태국 또한 여러 SNS를 통해 한국을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영상을 띄워 올리고 있다. 심지어 9000억 원에 달하는 한국형 전투기(KF-21) 개발비를 분담하겠다고 해놓고 10년 넘게 입을 싹 닦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일부 인플루언서가 "우리가 한국에게 KF-21을 만들 기술을 줬다"는 허위 정보까지 퍼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도 이런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는 모든 주권국가가 호혜평등과 상호존중 원칙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북한 김씨 왕조, 근본주의 이슬람, 미국의 흑인우월주의 조직처럼 다른 나라와 민족, 인종을 폄하하는 경우에는 엄중한 항의가 필요하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 또한 존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국가를 폄하하는 목소리가 일시적인 것이면 넘길 수 있지만, 이것이 여론이 되고 정부 수반까지 나설 때는 강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강국이 되려면 필수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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