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가 많다. 캐나다·호주·스웨덴·노르웨이 등 14개국이다. 대부분 잘 사는 나라다. 상속세가 있다 해도 스위스(7%), 이탈리아(4%) 등 대부분 세율이 높지 않다. 영국도 2025년까지 상속세가 폐지된다.

아직도 예외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의 최고 상속세율은 55%, 한국은 50%로 OECD 2위다. 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적용되는 할증을 더하면 우리는 60%다. 단연 세계 1위다. OECD 평균은 14.5%. 우리가 무려 4배다. 상속세가 아니라 ‘징벌세’다.

김정주 넥슨그룹 창업주의 유족이 주식으로 현물 상속세를 지불하자, 정부가 단박에 NXC(넥슨지주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20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타계 후 상속세 12조가 부과됐다. 이건희 유족들은 최근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주식 2조6000억 원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재용 회장 측 삼성전자 지분율은 0.5%p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 경영권 방어가 그만큼 취약해지고 해외펀드가 ‘먹을’ 가능성이 늘어난다. 알짜기업 락앤락·쓰리세븐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통째로 외국 사모펀드에 넘겼다. 이러다간 1970~80년대 유럽 꼴이 날까 두렵다.

스웨덴은 일본·한국이 등장하기 전 세계 조선업의 선두였다. 1970년대 스웨덴 제3도시 말뫼의 코쿰사 조선소에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이 있었다. 높이 129m, 1600t을 들어 올리는 초대형 크레인이다. 이후 조선업계 헤게모니가 한국으로 넘어갔다. 말뫼조선소가 문을 닫자 2003년 현대중공업은 이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였다. 현대는 220억 원을 들여 골리앗 크레인을 해체, 운반, 재조립해 울산에 설치했다. 당시 말뫼 시민들은 크레인을 떠나보내며 레퀴엠을 방송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유명한 ‘말뫼의 눈물’이다. 1990년대 스웨덴 기업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상속세·법인세 때문에 네덜란드 등으로 회사를 옮겼다. 통합·융합의 귀재들인 네덜란드 국민이 그 과실을 따먹었다.

우리나라 상속세법은 2000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다. 상속세를 이대로 두면 기업들은 망하거나 반드시 이 땅을 떠난다. 지금 상속세법 고치지 않으면 ‘한강의 눈물’ 레퀴엠을 듣는 날이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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