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5일부터 대한민국 사법부는 수장의 공석으로 인한 비정상적 상황에 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조희대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다시 지명했다. 하지만 국회청문회와 표결에 소요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힘자랑’으로 30년 만에 초래된 대법원장 권한대행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설마 두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킬 리는 없을 것이라는, 일반의 상식적 추론은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지금까지 의석수를 정파적 무기로 무소불위 휘둘러 온 민주당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나라’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나라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절대다수의 국민 입장에서는 새 대법원장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조희대 후보자에게 붙은 ‘미스터 소수 의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수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생각과 고민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고, 때로는 강단과 용기도 필요하다. 그가 최근 기자들에게 했다는 "단 하루를 하더라도 헌법을 받들겠다"는 이 말 속에 지금의 시국을 보는 그의 진단과 절박성이 함축돼 있다. 우리는 그 말이 그대로 실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헌법을 받든다’는 말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달리 소수의견을 내는 자리도 아니다. 진정으로 헌법을 받들기 위해서는 주어진 인사권과 사법행정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노골적 정치편향성을 보이는 하급심의 일부 정치 판사들, ‘워라밸’을 내세운 생활인으로 안주하며 재판 지연으로 정의를 팽개치는 복지부동 판사들…이들을 어떻게 솎아내고 정리하는지가 새 대법원장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명문으로 정해져 있는 재판심리 기한을 제멋대로 어기는 풍조부터 일소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재판의 방청과 중계도 과감히 허용하는 등, 재판이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사법 포퓰리즘으로 도입된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법원장 추천제 같은 ‘김명수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법원은 소극적 권력기관이지만, 지금처럼 정치도 아닌 정파가 국가를 혼돈과 마비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서 있기만 해도 큰 역할을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그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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