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에서도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별로 없다. 강대국끼리의 회담은 더 그런 편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도 적지 않다. 어떤 종류의 회담이든 외교관들 입장에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오죽하면 "양국은 쌍방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데 합의하였으며, 이 사안에 대해 지속 협의하기로 하였다"라는 맹물 공동성명 같은 것이 나오겠는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 전 외교가에서는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상공 진입 사태 이후 경색됐던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와 함께 양국간 군사 소통 채널 유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글로벌 공급망 현안과 대만 문제, 북·러간 군사협력 문제 등 글로벌 안정을 좌우할 주요 이슈를 두루 다룰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구촌 갈등 문제를 양국이 나서서 해소하는 일종의 전기를 마련하는 회담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군사 소통 채널 복원, 수출 통제 등 양국간 경제 사안, 펜타닐 확산 차단, 인공지능(AI) 개발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도 없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단독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성과로 펜타닐 등 마약 공동 단속 합의를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이후 펜타닐 완성품 등이 통제 없이 미국으로 유입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면서, "수년간 보류되었던 미국과 중국 간의 마약 대응 협력을 재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두 번째 성과로 남·동 중국해에서 양국간 경쟁이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군 소통 재개를 꼽았다. 이외에 양국이 AI기술을 핵무기 등에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AI 관련 별도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양국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 정상이 북한 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 대해 ‘논의’한 것은 확인됐으나 진전된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성과는 없었고, 계속 얘기하자는 약속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이 대화하는 것이 ‘그래도 이익’이라는 점을 확인한 정도인 것 같다. 우리 외교부는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 대비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발표되지 않은 ‘행간의 여백’을 잘 찾아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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