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고는 예상돼온 일이다. 국가 전체가 전산망 오류로 한방에 올스톱 되는 사고는 영화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17일 행정전산망 먹통 사건 말이다. 지자체 행정 전산망인 ‘새올’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발생하면서 정부 민원 사이트 ‘정부24’의 민원 서류발급이 일시에 멈추는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 자동차 매매, 금융권 대출 등 국민의 일상 사회활동이 혼란에 빠졌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인데, 주민등록 등초본·인감증명을 못뗀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번 사태는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대전 통합전산센터 서버의 보안 패치를 업데이트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우선 급한 대로 네트워크를 교체하고 전산망을 재개해 20일 정상가동한다.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스템은 2007년 전국 시·군·구에 보급됐다. IT 업계 전문가들은 15년이 넘은 시스템을 제때 정비하지 않고 미루다 사고가 났다는 평가를 내놨다. 새 시스템을 갖추려면 여러 해를 더 기다려야 하는데, 정부가 이제서야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는 뜻인데, 국민 입장에서는 ‘뒷북 행정’이 원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공공기관 행정망이 뚫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 해커들은 십수년 전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해킹을 벌여왔다. 모든 사이버 전산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호벽을 갖춘 기관이 달러를 다루는 금융기관, 각국 정보기관, 국방부다. 북한 해커들은 미국 등 전세계 금융기관을 털면서 핵·미사일 자금을 충당해왔다. 우리 국방부도 북한 해커들에게 수차례 뚫렸다.

문재인 정부 때는 외부에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청와대 전산망도 여러 번 뚫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2019년 2월 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미-북 간 이른바 ‘중개 외교’ 때는 북한 해커들이 청와대·국정원 전산망을 제집 드나들 듯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하노이 회담 결과와 관련해 어설픈 문 정부의 대미 외교 내막을 북한당국이 모두 파악하고 ‘삶은 소대가리’ 성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 사건은 안보 관점에서도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