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곤
조형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청년 정치인재 등용론이 오는 12월 여의도 정계 변화 가능성과 맞물리며 새 화두로 등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 절반을 청년에게 주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정치를 짊어지고 갈 청년 인재들을 등용하려면 인재를 키우는 텃밭부터 먼저 살펴볼 일이다.

국민의힘은 자유우파 시민운동과 연계해서 정치를 해본 일이 없다. 시민단체를 대접해준 적도 없다. 시민단체를 제대로 파악해 본 적도 없다. 열악한 시민단체를 도울 생각도 안했다. 정치자금으로 시민단체에 후원을 해본 적도 거의 없다.

민주당은 다르다. 전혀 다르다. 늘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정치 이슈를 발굴하고 함께 싸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중에는 소소하지만 시민단체 후원금 가짓수가 제법 된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기초·광역의원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상당하다.

인요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정치 생태계를 보고 국민의힘에 적용해보려는 것 같다. 국민의힘에서 청년 정치인이 나오려면 우파 시민단체 출신 스타 운동가들이 많이 있어야 하고, 이들 중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훔쳐 와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 위원장이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청년 정치인 중용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발상이다. 비판적으로 말해, ‘쇼’에 가까운 한국정치판 민낯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청년 정치 지망생이 어떤 경로로 보수 정당의 정치인이 되어 가는지를 살펴보면, 시민운동가 경력을 거치는 경우를 제외하면 두어 가지 정도가 눈에 띈다.

첫째, 기성 정치인의 보좌관 활동을 통해 입문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성공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둘째, 정치인의 꿈을 갖고 지방자치제 하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을 통해 경험을 쌓아가는 경우가 있겠다. 시·군·구·도의원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민주당에는 제법 있지만 보수정당에서는 매우 드물다.

앞서 말한 ‘시민운동을 통한 정치인 되기’가 가장 바람직하다. 정치하기 위해서 시민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을 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청년 정치인재가 능력 검증의 과정을 현실에서 거쳤기 때문에, 이런 인재를 데려다 쓴다면 큰 문제는 없다. 국민의힘에는 이런 청년 인재들이 극히 드물다.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현실이 이런데도 인 위원장은 없는 금괴를 찾아내겠다고 전국의 마늘밭을 다 파헤쳐 보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참신한 청년이 왜 없겠는가마는, 정치는 참신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참신한 것은 이미지일 뿐이다. 한국 정치가 망가진 것은 이미지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386 운동권이 참신한 줄 알았더니 시대착오적인 종북 주사파 역사 퇴물들밖에 더 있었는가.

인 위원장이 찾고 있는 능력 있는 청년 정치인도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으면서 인정받기보다는, 현재 어느 유력 정치인에 줄 서야 하는지를 좌고우면하는 청년들이 더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능력 있는 청년들이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기존 여야 정당에 줄서지 않아야 한다.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가장 무능하고 부패하고 무책임한 정당에 줄을 선다는 게 과연 ‘청년 정치인’에 합당한가 말이다.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정당이 아닌 반국가세력에 가까우니 거기에 줄 선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완전히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나서야 청년이다.

인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을 찾을 일이 아니라, 기존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청년들이 시민운동에 뛰어들게 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돕고 그들이 시민운동가로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것이 국힘을 혁신하고 당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시민운동은 정치보다 훨씬 어렵고 숭고한 일이다. 보상도 제대로 없이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다. 규모 있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다 해도 능력 발휘에 비해 그저 최저 임금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좌파 시민운동에 비해 우파 시민운동이 양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인 위원장은 왜 시민운동가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가. 국민의힘은 왜 시민단체를 멀리 하는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혁신하려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장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