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김은희

최근 지방 의료의 붕괴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특별전형 확대가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인재 전형 확대를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지역인재를 뽑는 의대가 국립대학인지 사립대학인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의 인재를 배려해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립의대가 입학 정원의 80%, 심지어 100%까지 지역 출신으로 채운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왜냐하면 국립의대는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특별 전형은 2015년에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작되었다.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3년도 전체 합격자 2066명 중 52.4%인 1082명이 지역 출신이다. 부산대(81.60%), 동아대(80.40%), 전남대(77.20%)는 지역 출신 비율이 이미 상당히 높지만, 앞으로 지역인재 비율을 더 높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사립대라면, 지역인재 비율을 높이는 것은 대학 나름의 교육 목적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으며,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관여하기 힘들다. 그러나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에 특정 지역 출신만을 과도하게 특별 대우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지역인재 비율이 75%를 훨씬 넘는 국립대학에 타 지역 출신이 입학 불이익을 받는 것은 특정 지역 이외 지역의 국민을 역차별하는 일이다.

지역인재 비율에 관한 논의에서, 국립대학이냐 사립대학이냐를 따지는 것은 ‘교육적 가치’나 ‘공동체적 가치’보다 ‘돈’을 우선시하기 때문이 아니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우선 숙고해야 한다. 지역인재 우대가 지역 균형 발전의 명분 아래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 병원은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역인재 제도를 통해 국가자원이 효율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쓰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즉 국민 세금으로 지역인재를 키웠지만 의료 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혜택을 받은 지역인재는 지역 의료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돈의 출처를 따지지 않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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