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겨냥해 공개한 현수막의 문안이 ‘청년세대 비하’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인터넷에서는 해당 현수막에 정치인들을 합성한 패러디물까지 등장했다. 당내에서도 "당이 청년세대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한다는 증거" "당에 청년 유입은 안되고 86세대만 있다보니 이런 디자인이 나왔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민주당이 공개한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청년층을 철없고 정치와 경제를 잘 모르는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민주당의 청년당원 모임인 ‘파동’은 "우리 정치사에서 어느 정당이 당의 이름을 내걸고 한 세대를 조롱한 적이 있던가"라고 개탄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당에서 만든 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 했던 것"이라며 "총선기획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뻔한 거짓말이다.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고 시도 당 위원회에 공문까지 내려간 현수막 문안이 당과 관계없을 수 있는가. 청년세대에 대한 무지에 더해 거짓말 버릇까지 드러난 셈이다. 결국 발뺌에 실패한 민주당은 20일 문제의 현수막 문구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당의 청년세대 경시와 비하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박영선은 20대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20대는 과거사에 대해 30, 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 수치가 낮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설훈·홍익표 등은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지지율이 낮아지자 ‘민주화 교육 부족’이라며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청년세대 비하는 심각한 시대 지체 현상을 보여준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매몰돼 있다’는 이미지를 기성세대에게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정치 성향을 갖지 못하고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지지 대상을 옮겨가는 것도 정치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와 결혼 등 대부분의 고민은 민주당의 ‘큰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청년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나서야 이 나라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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