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는 진검승부다. 자유주의냐, 친북주의냐. 한·미·일이냐, 남·북·중이냐. 윤석열 탄핵이냐, 이재명 정계 퇴출이냐를 가른다. 로마군과 카르타고군이 맞붙은 칸나에 대회전, 일본 전국(戰國)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세키가하라 전투나 다름없다. 총성 없는 체제 전쟁. 국민도 ‘도 아니면 모’(all or nothing)로 생각한다.

이 체제 전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게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의 댓글 전쟁이다. 선거철이 되면 포털 댓글은 문전성시다. 포털로선 장사가 될 수밖에 없고 광고도 넘쳐난다. 하지만 선거 여론조작, 가짜뉴스들이 포털 댓글난에 판을 친다. 얼마든지 여론조작이 가능하다. 선거 2, 3일 앞둔 상황에서 결정적인 댓글 가짜뉴스는 500~1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악마’나 다름없다.

국내 포털의 대표주자인 네이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뉴스 댓글 강화 정책을 실시했다가 20일 이를 철회했다. 댓글 강화를 내세운 지 불과 4일 만이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특정 답글을 지정해 ‘답글의 답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전에는 뉴스 기사 댓글에 답글을 달 수는 있었지만, 답글에 댓글을 다는 것(대댓글)은 불가능했다. 댓글에 달린 답글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답글을 다시 다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삽시간에 전쟁터가 된다.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어 해당 기능을 제외한다"며 서둘러 발표했다.

당초 네이버는 댓글 강화를 통해 X(옛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한 게시 글에 지속적으로 답글이 이어지는 소셜미디어 형태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 커뮤니티 기능 강화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그 자체가 자유주의 시장에 위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대규모 선거여론 조작을 한 ‘드루킹 사건’의 트라우마를 네이버가 잊어버리긴 어려울 것이다.

사실상 선거여론 조작에 두 눈을 부릅떠야 할 당사자는 선거관리위원회다. 이번 총선에서도 만약 선관위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임직원 전원을 해고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