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제3세력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집권 좌파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 후보 마사를 누르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이같은 결과는 앞서 지난달 진행된 본선 투표의 순위가 뒤집어진 것이다. 본선 투표에서는 마사가 1위(36.8%), 밀레이가 2위(30%)를 기록했었다.

이번 극우파 밀레이가 당선된 것은 수십 년간 이어진 포퓰리즘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에 지친 민심이 결국 변화를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현 좌파 정부는 지속 불가능한 공공부문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돈 찍기’로 대응했고, 이에 아르헨티나 통화(페소화) 가치는 같은 기간 90% 이상 하락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142%에 달했고, 외화보유고는 거의 바닥이 났다. 이에 반(反)페로니즘을 슬로건으로 내건 밀레이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을 포섭하면서 한달 새 승기를 잡은 것이다. 특히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35세 미만 청년층에 먹혀들었다.

아르헨티나는 191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잘 살았다. 미국·캐나다·호주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 지하철이 도쿄보다 14년 앞선 1913년에 개통됐을 정도다. 그런데 1946년 최악의 포퓰리즘 정권인 페론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페론은 ‘민중이 생각하는 대로 다 해주라’며 모든 정책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했고 장기집권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그간 22회나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국가부도를 9차례나 선언했다.

그럼 밀레이의 새 정부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밀레이는 경제난 타파를 위해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메겠다며 ‘최소 정부’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 부처 수를 줄이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며 대부분의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GDP의 40% 수준인 보조금 및 복지 등 공공지출을 15%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자국 통화인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밀레이 정권 앞에는 세가지 난제가 놓여있다. 우선 국민이 최소한 2년 정도 지지를 해줄 것이냐다. 인구의 40%가 절대빈곤층이다. 이들은 정부 보조금이나 복지 혜택이 없으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내일의 더 큰 파이를 먹기 위해 오늘의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사회 정치적 인내심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음은 긴축 등 국가 개혁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체력이 고갈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밀레이 정부가 자국 통화를 달러화로 하면 국가 경제를 운영할 재정·통화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중간 중간 일어섰던 우파 정부가 4년도 안되 무너졌던 점을 감안할 때 새 정부의 미래가 밝지만 않다.

포퓰리즘의 종착역은 국민의 살을 찢는 고통과 국가 자살이다. 반듯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는 수십 수백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대한민국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세력의 장기집권에만 몰두해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민주당은 아르헨티나 현실을 보고 있는가. 하루속히 포퓰리즘의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