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에 실패했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활동했으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 리야드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29일 새벽(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팔레 드 콩그레’ 행사장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119표를 받았고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이번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한 나라들은 일본을 비롯해 주로 북반구 국가들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의 엑스포 개최를 지지한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했다고 한다. 유치 경쟁은 여기에서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오일 머니의 위력이 통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엑스포 유치에 쏟아부은 돈은 78억 달러 이상이다. 엑스포 개최는 사우디의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 계획인 ‘비전2030’의 일환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의 체질 개선을 2030년까지 이루겠다는 마스터플랜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된 언론인 살해 사건, 반체제 인사의 투옥 등 인권 문제도 엑스포 유치가 필요했던 배경이다. 국가 이미지 개선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유치 활동을 통해 얻은 부수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18개월간 이어진 홍보전이 신 시장 개척의 계기가 됐다. 우리 기업들은 유치 홍보전을 통해 얻은 경험을 지역 맞춤형 사업 기회로 연결해간다는 계획이다. 일부 이차전지 기업들은 현지 국가들과 핵심 광물 관련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업들의 합동 투혼 덕분이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성과다.

물론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득표 차이가 너무 컸다. 이런 격차를 사전에 예상하지 못하고 승리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은 것은, 애초에 추진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런 능력 부족을 대통령과 기업들을 동원해 메우려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추진위가 엑스포 유치 활동 첫 단계부터 대통령을 직접 나서게 한 것은 반성할 대목이다. 88올림픽이나 2002 한일월드컵 경우 대통령이 유치 활동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후일을 대비해 엑스포 활동의 경험을 냉철하게 기록해두고 동시에 책임 소재도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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