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식
엄효식

지난달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오는 12월 8일 성적표가 공개된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는데, 대부분 남학생들의 다음 행로는 군대가 된다. 요즘은 1학년때 휴학을 하고 입대하는게 일반적이라서, 대학의 입학식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입시’가 아닌 ‘입대’라는 깃발을 흔들게 된다.

이번 수능시험에는 50만4000여명이 원서를 냈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32만6000여 명(64.7%)으로 1년 전보다 2만3000여 명 줄었다.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재학생 수험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군대로 올 수 있는 입대인원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다.

수험생 감소는 당연히 저출산으로부터 출발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8월 출생아 수는 1만8984명, 전년동월대비 2798명(-12.8%) 감소했으며, 지난 8월까지 출생아는 총 15만8000여 명이다. 2021년은 26만562명, 2022년은 24만9186명인데 아무래도 올해 총 출생아는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문제는 군 병력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국군을 현재처럼 50만 명으로 유지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고, 40만 또는 30만 명 이하로 가야 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한다. 매년 남성 20만여 명이 입대해야 하는데, 현재의 출생률로는 도저히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원병이 아닌 징집병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징집제의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과감한 인력 규모 축소와 함께 첨단무기체계 중심의 지원병제 전환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현재의 50만 징집제 국군을 30만 지원병제 국군으로 전환한다면 신병 부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지난 50년간 지원병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도 입대신병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미 육군은 신병 모집 목표가 6만 여명인데 1만1000여 명 부족, 미 해군은 목표 3만7000여 명인데 7600여 명 부족, 미 공군도 병사 모집 목표 2만6000여 명인데 10%를 채우지 못했다.

물론 미국의 입대지원병 미달은 출생률 저하 또는 인구 감소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젊은 층의 군대에 대한 ‘호감’이 감소했고, 과체중이나 정신·심리 상태, 마약 문제 등으로 인해 입대 부적격자 비율의 증가했으며, 인력 획득 관련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징집제에서 지원병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입대신병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군대를 선택해야 하는 청춘들이 군대를 기피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입대를 마음먹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군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직업으로서 군대를 선택하는 간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정답은 간단하다. 군복 입은 군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서로 존중하는 군대생활이 되도록 하고, 사회의 기업들보다 비교우위의 처우와 복지, 생산적인 근무여건, 경직되거나 왜곡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MZ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고리타분함을 흔히 ‘꼰대’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우리는 아직도 ‘라떼 군대’‘꼰대 군대’를 정답으로 고집하면서, 입대군인들에게 오히려 과거로의 적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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