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이호선

절대의석에 기댄 민주당이 ‘헌법 작란’(作亂)에 여념이 없다.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 위원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불발됐다. 하지만 사임이나 탄핵이나. 민주당 뜻대로 됐다는 점에서 헌법 제65조 제1항은 민주당의 전가의 보도로서 그 위력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책임을 맡고 있던 이정섭 검사와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15분 만에 이뤄졌다. 가히 탄핵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은 정작 이런 국회의원들에게는 아무리 탄핵 사유가 차고 넘쳐도 임기 중간에 날려버리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기반한 의회와 행정부 사이의 균형 추구는 고사하고, 합리적인 야당의 여당 견제에 한참 모자란다. 누가 봐도 정략적이며 사익을 위한 도구로 헌법의 추상적 규범이 악용되는 이 상황은 단순히 여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 장난질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막무가내식 탄핵을 통해 사실상 정부 인사권을 좌지우지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예산안 통과를 인질로 삼아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주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은 삭감하고 있다. 그에 반해 자신들의 포퓰리즘 정책 예산 증액은 밀어붙이는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대선불복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지난 대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했던 국민의 선택에 대한 능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도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헌법수호자인 국민도 헌법에서 적합한 무기를 찾아야 한다. 헌법이 전장터로 변한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2조는 강력하면서 효율적인 무기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책무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취임시에 선서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대선 전인 2021년 4월 어느 세미나에서 국민투표의 활용 필요성과 해외 사례, 법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성(reason)에 의해 재갈 물려지지 않은 난폭한 의지(will)가 민의의 탈을 쓰고 ‘의석 갑질’을 하는 것은 ‘정파독재’에 다름 아니다. 이를 견제할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독일 헌법이 명시하듯이 헌법의 궁극적 수호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본때를 보여줄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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