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6월 한국 무기가 러시아 병사와 주민을 살상하는 데 쓰인다는 주장을 펼치며 게시한 사진. 다만 해당 사진은 8년 전 육군 블로그에 게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리 군이 같은달 14일 밝혔다. /연합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6월 한국 무기가 러시아 병사와 주민을 살상하는 데 쓰인다는 주장을 펼치며 게시한 사진. 다만 해당 사진은 8년 전 육군 블로그에 게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리 군이 같은달 14일 밝혔다. /연합

국방부는 5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모든 유럽 국가가 보낸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포탄을 보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비살상용’ 물자만 지원한다는 정부 입장엔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해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목적의) 군수물자를 지원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의)포탄은 연초에 공급되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공급하는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도 한국 정부를 설득만 한다면 41일 안에 약 33만 발의 155mm 포탄을 운반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러관계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우리 군 당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측에 긴급 의약품과 전투식량, 방탄헬멧·조끼, 방독면·정화통, 지뢰제거장비 등 비살상 목적의 물자만 지원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다만 그간 국내외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155㎜ 포탄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 측에 우리 정부가 포탄을 ‘대여’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우회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WP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반출된 155㎜ 포탄이 다른 모든 유럽 국가들이 보낸 것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래 1년 8개월 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비축해 둔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한국에서 빈 비축량을 채우는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도 155mm 포탄 10만 발 판매 거래를 맺었다. 미국이 자국 무기 보유율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자체 장비를 보낼 수 있게 한 셈이다. 미국 외에 폴란드 등 국가를 우회했을 여지도 있다. 한국은 폴란드와도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포함하는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편 영국 BBC 방송도 지난 9월 8일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찬성론과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엇갈리는 한국의 상황을 조명했다. 한국은 표면상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국내 정책을 들어 지원에 선을 그어왔으며 러시아와 연간 교역량이 270억달러(약 35조원)인데다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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