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로 잠시 주춤한 사이 구글이 현존 최고 성능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제미나이 로고. /구글
오픈AI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로 잠시 주춤한 사이 구글이 현존 최고 성능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제미나이 로고. /구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생성형 AI ‘챗 GPT’로 현재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오픈AI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로 잠시 주춤한 사이 구글이 현존 최고 성능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아울러 후발주자인 메타(舊 페이스북)도 IBM, 인텔, AMD, 예일대 등 50여 개 산학연으로 구성된 거대 ‘AI 동맹’을 결성, 이들에 대항할 AI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LLM인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오픈AI의 최신 LLM인 ‘GPT-4’보다 강력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 나온 LLM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제미나이는 울트라, 프로, 나노 등 3개 모델로 출시된다.

제미나이는 타사 LLM과 달리 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멀티모달’로 설계됐다. 멀티모달은 AI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사람과 글, 이미지, 음성, 영상 등으로 다(多)감각 소통이 가능한 기술을 말한다. 예로 들어 단순하게 글이나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물건 고유의 속성과 특징까지 파악해 사람처럼 실시간으로 섬세하게 추론해 내는 것이다.

실제 구글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제미나이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이 직접 종이에 그린 오리를 인식한 후 그림이 새 종류임을 찾아냈다. 이어 오리가 강 위에 떠 있는 형상을 뜻하는 물결 모양을 추가하자 정확히 ‘오리’라고 답했다. 오리를 파란색으로 칠하자 "흔치 않지만, 파란 오리도 있다"고 소개하는가 하면 파란색 장난감 오리를 보여주자 "고무로 만든 장난감 오리"라고도 했다.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인식도 정교해졌다. 앞면이 네모난 모양의 차량과 삼각형인 차량 중 어느 차량이 더 빠를지를 묻자 "공기역학이 적용된 세모난 차가 더 빠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수학 문제와 함께 오답을 낸 풀이 과정을 보여주자 틀린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올바른 수식을 내놓았다. 사람 같은 사물 인식과 판단 능력을 갖춘 것이다.

특히 제미나이 3개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학습한 울트라의 경우 여러 성능 평가 항목에서 오픈AI의 GPT-4를 뛰어넘었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특히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 이해(MMLU) 시험에서는 90%의 정답률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람(89.8%)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MMLU는 수학, 물리학, 역사, 법률, 의학, 윤리 등 50여 개의 주제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오픈AI의 GPT-4는 86.4%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범용 모델로 개발된 제미나이 프로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바드’에 탑재됐다. 바드엔 지금까지 이전 세대 LLM인 ‘팜2’가 활용돼 왔다. 최상위 모델인 제미나이 울트라는 내년 초 ‘바드 어드밴스드’라는 이름으로 바드에 장착될 예정이다.

제미나이 나노는 ‘온 디바이스’ 형태로 접목된다. 온 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등 별도의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컴퓨터 등 기기에 직접 AI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제미나이 나노는 지난 10월 공개한 최신 스마트폰인 ‘픽셀8 프로’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삼성전자가 공개한 온디바이스 AI ‘삼성 가우스’의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가우스는 내년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될 전망이다.

당초 제미나이는 내년에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구글이 제미나이를 기습 공개하면서 오픈AI가 CEO 축출 사태로 혼란한 틈을 타 ‘알파고’로 선두를 달리던 입지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공개한 날, 공교롭게 후발주자들도 도전장을 던졌다. 메타와 IBM을 비롯해 50개 이상 인공지능(AI) 관련 기업과 기관이 AI 동맹 결성을 발표한 것이다. 메타와 IBM 주도의 AI 동맹에는 인텔·AMD·델·오라클 등 글로벌 IT 기업과 사일로 AI·스태빌리티 AI 등 스타트업, 그리고 예일대·코넬대·도쿄대·게이오대 등 미국과 일본의 최상위 대학이 가세했다.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 기관도 함께한다. 이들은 구글이나 오픈AI와 달리 LLM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제공해 개방형 AI 모델 개발을 추진, 오픈AI와 구글의 2강 구도를 깬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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