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그룹의 인사는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젊은 감각을 앞세운 경영인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는 취지다.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연합
올해 주요 그룹의 인사는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젊은 감각을 앞세운 경영인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는 취지다.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연합

올해 주요 그룹의 인사는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젊은 감각을 앞세운 경영인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는 취지다. 특히 오너 3·4세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임무를 맡아 경영일선에 등장한 점이 눈에 띈다. 실패해도 부담이 적은 신사업을 맡겨 경영수업과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주요 그룹의 실세이자 오너를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하던 ‘부회장’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었다. 기존처럼 ‘가신(家臣)’으로 불리던 선대회장의 측근을 통해 그룹의 현황을 전달받기보다 직접 여러 계열사 대표와 소통하는 방식의 직할 체제를 구축하는 편이 신속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젊은 총수들의 약점으로 꼽히던 그룹 장악력 문제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그룹 가운데 강도 높은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낸 기업은 SK그룹이다. 최근 SK그룹은 세대교체와 임원 축소 등 조직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선경·유공 시절부터 함께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4인의 부회장이 용퇴하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부회장 승진 없이 ‘50대 사장단’으로 채운 것이다. 실제 이번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SK그룹 부회장단의 평균 나이는 61.3세인 반면 신규 선임된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5세로 젊어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SK그룹은 임원 규모를 큰 폭으로 줄였다. 올해 승진 대상자는 82명으로 최근 4년 내 가장 적은 숫자다. 앞서 2023년도 인사에서 145명이 신규 선임된 것과 비교하면 43.4% 줄었다. 2022년도 승진 인사 규모인 165명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최근 바이오, 배터리 등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최 회장이 언급한 ‘서든데스’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통해 올 한해 호실적을 낸 CEO들을 대거 유임시켰다.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보단 안정에 방점이 찍힌 인사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부터 중책을 맡아온 부회장 6인방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LG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올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당시 자리를 지켜오던 박진수·조성진·차석용·한상범·하현회 등 부회장 6인 체제가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인사로 LG그룹은 기존 6인 부사장 체제에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취임 5년 만에야 비로소 완전체의 ‘구광모호’가 출범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부회장, 신 부회장 모두 구 회장이 직접 선택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재계 인사를 통해 1980년대생 오너 일가가 본격적으로 경영 최전선 등장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경영 수업을 받는 오너 3·4세를 전면에 배치해 내년에도 계속될 글로벌 복합 위기를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책임 경영’으로 돌파하고,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SK그룹의 오너 3세이자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1989년생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은 입사 7년 만에 그룹 최연소 임원 자리에 올랐다. 최 본부장은 내년부터 SK그룹 바이오 부문의 미래 신사업 개발과 투자를 주도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1989년생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지난달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올해 그룹 인사에서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을 제시하는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한다. 코오롱그룹 4세인 1986년생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역시 지난달 말에 실시한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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