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박재형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박빙의 승부 끝에 투표 완료 후 며칠이 지나서야 당선자가 확정됐다. 당시 미국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 젊은 유권자들이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 바이든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까?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IOP)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이 아닌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다. 이에 일반적으로 젊은 지지자가 많은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18~29세 젊은 미국인의 비율은 49%로 떨어졌다. 지난 2020년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는 57%였다. 또 공화당 지지자와 무소속/무당파의 투표 의향은 각각 66%에서 56%로, 41%에서 31%로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민주당 유권자의 투표 의향은 2%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미국 젊은이들이 2024년에도 2020년과 같이 양대 당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대학 졸업생들은 여전히 투표에 대한 열의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 재학생 혹은 대학에 다니지 않은 사람들은 4년 전보다 투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대학생 등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 저하는 전통적으로 이들이 지지 기반인 민주당에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가장 큰 위협은 젊은 유권자들이 될 수 있다. 2020년 대선 승리와 2022년, 2023년 선거 민주당 승리의 핵심이었던 젊은 유권자들이 제3당에 투표하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MZ세대가 양대 정당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총기 폭력·기후 변화·의료·범죄·이스라엘-하마스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를 처리할 후보로 현재 유력한 트럼프나 바이든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처럼 이념이나 인물을 따르기보다 자신들에게 중요한 이슈에 따른 투표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 11월 지방 선거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젊은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할지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낙태 문제였다. 미국 젊은이들의 44%가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조사보다 8%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낙태의 합법성에 관한 투표가 있으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낙태 같은 주요 이슈가 대선에서 누가 1등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바이든이 MZ세대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젊은 정치 활동가들은 후보자보다는 정책 이슈가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념이나 인물보다 이슈지향적인 미국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경향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조국 사태로 인한 ‘공정’ 이슈가 2022년 대선에서 젊은 층, 특히 20대 남성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여당은 젊은이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젊은 층을 위해 얼마나 노력 중인지, 민주당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적극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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