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상에 없는 기술’을 찾기 위해 최근 미래기술사무국과 미래사업기획단을 설립한 데 이어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 신사업 개발 부서를 구축했다. 지난 3월 중국 텐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상에 없는 기술’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 10년 후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미래기술사무국과 미래사업기획단을 최근 설립한 데 이어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 신사업 개발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한 사업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DX 부문에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설치했다. 이는 DX 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백종수 부사장이 그룹장을 맡는다.

앞서 이번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 바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새 ‘캐시카우’를 찾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경영 2선에 있던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단장으로 등판시켰다.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와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퀄컴과 도이치텔레콤을 거쳐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서 근무한 정성택 부사장과 그룹 내 반도체 전문가로 통하는 이원용 상무를 합류시켰다.

사진은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삼성전자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 8월 DX 부문에 미래 신기술과 제품 확보를 위해 미래기술사무국을 만들기도 했다. 미래기술사무국장은 현재 김강태 삼성리서치(SR)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번에 신설한 DX 부문의 비즈니스 개발 그룹 역시 기존에 설치한 미래기술사무국과 함께 유기적으로 소통·협력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잇달아 미래 기술과 관련된 사업 조직을 만든 것은 기존의 사업구조로는 회사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국내외 현장 곳곳을 누비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면서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이어 설립한 미래 기술·사업 컨트롤타워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재임 시기인 지난 2009년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많다. 조직 목표부터 컨트롤타워를 이끌 수장 인선까지 과거 성공 방정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4년 전 삼성전자는 이 선대회장의 지시로 ‘신사업추진단’을 신설, 20여 년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이 선대회장을 보좌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수장 자리에 앉혔다.

김 전(前) 부회장이 이끄는 신사업추진단은 설립 이듬해인 지난 2010년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新樹種 ) 사업’을 공개했다. 당시 신수종 사업으로 꼽힌 5개 분야는 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2차전지·의료기기·제약바이오 등이다. 이 가운데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는 반도체를 잇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번 컨트롤타워 신설 역시 ‘미래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1~2년 내에 ‘JY표 미래 먹거리’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조(兆)단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사업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는 기술개발(R&D) 만큼은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3조8000억원을 쏟아부은 데 이어 지난 3분기에도 7조원가량을 R&D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R&D 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의 24조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투입된 시설투자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연간 시설투자액은 반도체(DS)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 등으로 올해 4분기 집행된 투자액을 합산하면 사상 최대 수준인 약 5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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