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개최를 앞두고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개최를 앞두고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들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통화정책 완화에 기대를 걸며 베팅하고 있다.

수개월 전만 해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더 오래, 더 높은’ 금리 쪽에 무게를 둬왔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경제지표 약화로 이제는 시장의 금리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됐다. 그럼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와 폭도 ‘안갯속’인 상황이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시장의 내년 4월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같은 날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경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연준은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점도표, 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치가 포함된 12월 경제전망요약(SEP)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전 세계의 이목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이유로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미 연준이 내년 3월 또는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각각 45%, 76%가량 반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한 해 동안 무려 5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경우 현재 5.25~5.50%인 미국의 금리는 2024년 12월 3.25~3.50%까지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관측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될 점도표 역시 내년 금리 인하 시그널을 내비치면서도 시장의 기대감에는 제동을 거는 매파적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내년 3월이나 5월 이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첫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이는 경기침체 없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연착륙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이나 경기침체에 빠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이는 실업률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수요 감소에 따라 기업 실적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신호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동기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폭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거나 경기침체에 처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착륙이 가시화되면 서두르지 않을 뿐 아니라 폭도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피봇, 즉 통화정책 전환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금리 인상 사이클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이 미 연준 의 목표치인 2%로 잡히기는 어려운데다 물가 상승의 결정적 요인인 임금 상승률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중물가-중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시작하게 되면 곳곳에서 숨통은 트이겠지만, 이것이 과거 0%대 금리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됐다고 해도 목표치 달성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전쟁이나 공급망 리스크가 해결될 때까지 중간 수준의 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물가-중금리에 저성장이 겹치면 전 세계에 ‘중물가-중금리-중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기조가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 등으로 생산성이 둔화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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