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자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또한 시중 자금은 안전자산을 찾아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합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자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또한 시중 자금은 안전자산을 찾아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합

자산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재테크 마이너스, 재테크 빙하기라는 말도 나온다. 한동안 잘나가던 증시는 상승분을 반납했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집값도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은 지난 2년 동안 자산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조기 긴축에 나서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자산시장에서 투자 원금도 지키지 못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 역시 은행의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을 찾아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자산시장의 대표격인 증시에서 확연하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상장 주식을 1조6770억원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 12월 두 달 연속 주식을 사들이다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 11일 2747.71에 장을 마쳤다. 올들어 7.7% 하락했다. 지난해 고점인 3305.21에 비하면 낙폭이 16.9%에 달한다. 특히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낙폭이 더욱 컸다. 코스닥 지수의 올해 하락률만 15.1%에 달한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629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2조306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셀스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올들어 두 달도 안되는 기간에 3조원에 육박하는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연준은 내달 15~1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면 베이비 스텝, 0.5%포인트면 빅 스텝으로 불린다.

미 연준이 이처럼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982년 2월의 7.6% 이후 무려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미 연준의 빠른 통화긴축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공포’라는 말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12월 31일 한국의 거래사이트 업비트에서 5678만원 선이던 비트코인은 13일 5180만원대로 8.8% 내렸다. 지난해 11월 8일 기록한 최고가 8140만원보다 36%가량 하락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최근의 가격 하락이 유동성 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집값도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2020년 5월 이후 1년 8개월 만의 하락세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같은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0.02% 하락하며 강남 3구에서 가장 먼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자산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5대 은행의 수신액,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총 58조원 이상 불어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월 말 수신액은 1788조552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34조1929억원 증가했다. 수신액 증가의 주역은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이다. 특히 대표적 단기 부동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5조7012억원으로 한 달 만에 9조원 이상 늘었다.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MMF와 CMA 잔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MMF와 CMA 잔액은 각각 158조원과 69조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2조원, 4조원 증가했다. 이는 증시와 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길 주저하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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