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준비에 들어갔다. 김기현 대표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3선 이상 중진의원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한 뒤 ‘비대위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괄사퇴 의사를 밝힌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은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공동 비대위원장보다 한 분이 하는 게 조직 운영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까지 오게 된 것은 기존 지도부가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분노가 국민의힘 변화를 밀어붙이는 에너지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의 낡은 인물들보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인물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언제까지 늙고 병든 당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갈 셈인가.

연륜과 경험도 당연히 중요하다. 특히 총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노장들이 한가하게 뒷짐을 지고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은 가급적 2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전면에는 새로운 세대가 나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기현 대표의 사퇴 형식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 대표는 SNS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통은 국회에서 정식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에 이르게 된 배경과 각오, 당과 후임 지도부에 주는 메시지 등을 밝힌다. 김 대표가 마지못해 사퇴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불만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새로 당을 이끌 지도부를 세우면서도 기존에 당을 이끌던 자원들을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는 모순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새 지도부에 부여된 첫 번째 과제일 수 있다. 어렵지만 해내야 한다. 여름철 농가는 아궁이 앞 부지깽이도 쉴 틈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은 당이 총력 투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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